여행기

바다의 신들과 야시장 털기 [루강,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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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야시장에서 미식여행
이 이야기는 여행잡지 Artravel #12호에 게재된 여행작가 신예희님의 여행기입니다. Artravel과 위시빈의 협업을 통해 지면에 모두 담지 못했던 사진과 방문했던 명소 정보들을 추가해 Artavel 매거진에 실렸던 특별한 여행이야기를 다시 발행합니다.
  • 루강

    505 대만 장화 현 루강 진 和平巷98號

내 소원을 들어주세요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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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가 어디 있지? 타이완의 지도를 들여다보다 북쪽 끝을 손가락으로 짚어본다. 여기 있네. 한자로 대북(臺北)이다. 어라, 그러고 보니 동쪽엔 타이둥(臺東)이, 중부엔 타이중(臺中)이 있다. 물론 남부에선 타이난(臺南)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슬쩍 웃음이 나온다. 왠지 가보고 싶은 귀여운 이름의 도시들. 타이완에 와서 타이베이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건 좀 아쉬운 일이다. 타이완은 북부 지역과 남부 지역의 모습이 사뭇 다르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기온이 높아지는데, 덩달아 하늘의 색깔도 나무의 수종도 사람들의 표정도 묘하게 차이가 난다. 차이를 발견하는 데서 오는 재미, 여행이 주는 선물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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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가량의 타이완 일주 여행 중 한가롭고 조용한 도시 타이중에 잠시 짐을 내려놓고 며칠 머무른다. 타이중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버스를 타고 근교를 돌아보는 것도 무척 즐겁다. 약 1시간 거리인 루강(鹿港)은 타이완 중서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타이완 해협과 접하고 있어 도시 전체에서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긴다. 중국 청나라가 타이완 일대를 통치하던 시대, 특히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중반 사이 루강과 중국 푸젠(福建)성 사이에 무역항로가 개설되어 루강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당시 타이완 제2의 도시라 불렸을 정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항구 주변에 퇴적물이 과하게 쌓여 항구가 제구실을 못하게 되면서, 그리고 항로를 이용한 무역 못지않게 육로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서서히 루강의 전성기는 막을 내렸다. 그런데 화려했던 빛은 살며시 꺼졌지만 오히려 그 덕에 옛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으니, 타이베이와 카오슝 등 다른 도시들이 빠른 속도로 현대화되는 사이 루강은 잊혀진 채 과거의 시간 속에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루강은 조용하고 고요하며 우아한 분위기의 소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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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걸음만 걸으면 절이 나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루강은 종교 사원으로 가득하다. 타이완의 2대 신앙인 관음불교 사원과 마쭈(媽祖) 사원, 성황묘와 공자묘, 옥황상제를 모신 사원 등 모두 생소하면서도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어느 사원에 가든 연기를 펄펄 내뿜는 향과 붉고 둥근 등이 소곤소곤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듯하다. 내 소원을 들어주세요,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라는 목소리, 그리고 사방에 가득한 종이돈과 부적들. 부적에 새겨진 '복(福)'이라는 한 글자가 이 모든 목소리를 대표한다. 복을 받고 싶다는 소망을 여러 언어와 여러 방식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종교가 생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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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평개대천후궁, 안핑톈허우궁

    No. 33, Guosheng Road, Anping District, Tainan City, 대만 708

반쯤 신들린 여자가 기도하니 아버지와 오빠들이 기적적으로 살아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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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내밀하게 조용하게 속으로만 간직하겠지만 타이완에서는 그 욕망을 숨길 필요가 없다. 모두들 자신을 위해 큰 목소리로 신을 찾는다. 약 2% 미만의 원주민 인구를 제외하면 현재 타이완에 거주하는 사람의 조상들은 모두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 온 이주민이다. 먼 지역에서 배를 타고 와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것이 얼마나 고되었을지, 어떤 마음으로 다양한 종교에 의지하게 되었을지 상상해본다. 하긴, 종교 사원은 마음만 의지하는 곳은 아니다. 으레 사원을 중심으로 동향 출신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니 여러 유용한 정보를 얻기에도 좋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로, 서울 한남동의 이슬람 사원 주변엔 무슬림들이 자연스레 모이고 일요일마다 따갈로그어 미사가 열리는 혜화동 성당 주변엔 필리핀 이주 노동자들이 벼룩시장 거리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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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강의 여러 종교 사원들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역시 마쭈 여신을 모신 톈허우궁(天后宮)이다. 뱃사람들의 수호신으로 사랑받는 마쭈는 서기 960년 중국 푸젠 성의 작은 섬에서 태어난 실제 인물로 이름은 린모냥(林默娘)이다. '어머니 조상님'을 뜻하는 마쭈(媽祖) 또는 '하늘나라의 황후'를 의미하는 톈허우(天后)라는 호칭으로 부르는데 어느 쪽이든 경외감과 애정이 담뿍 담겼다. 어린 시절부터 범상치 않은 초능력의 소유자였던 그녀는 항상 붉은 옷차림을 하고 해안가에 서서 물고기를 잡으러 간 아버지와 오빠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태풍이 불어 뱃사람들이 모두 위험에 처했는데, 반쯤 신들린 상태에 빠진 그녀가 가족의 무사 귀환을 기도하니 아버지와 오빠들 모두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와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에도 그녀는 능력을 발휘해 수많은 해상 조난자들을 구조하다 28세가 된 어느 날 조용히 하늘로 승천했다고 전해진다. 린모냥의 고향 푸젠 성에서 시작된 마쭈 신앙은 지금은 중국 대륙은 물론 타이완과 베트남, 일본과 홍콩,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필리핀이며 태국, 심지어 호주까지 널리 퍼졌다. 모두 바다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역임을 생각하면 거친 풍랑에서 무사하길 기원하는 마쭈 신앙이 사랑받는 이유를 알만도 하다. 타이완 전국에 약 500여 곳의 정식 톈허우궁, 즉 마쭈 여신의 사원이 있고 다른 신들과 함께 모시는 사원까지 합하면 약 1,500여 곳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인기다. 그중에서도 이곳 루강의 톈허우궁이 가진 의미는 특별한데, 사원 안에 1683년 푸젠 성의 톈허우궁에서 분령된 마쭈 신상이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타이완 전역의 마쭈 사원에서 모시는 신상은 모두 루강 톈허우궁에서 분령된 것이니 명실공히 타이완 마쭈 신앙의 총본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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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객들 틈에 끼어 살금살금 사원 안으로 들어간다. 1874년에 지은 사원은 무척 우아하게 낡고 바랬다. 손때가 반질반질하게 묻은, 애정과 정성으로 관리한 골동품 같은 느낌이다. 사방을 한참 두리번거려야 높은 자리에 모셔진 아주 작은 신상과 눈을 마주칠 수 있다. 이 커다란 절에 저 작은 주인이라니, 생각보다 훨씬 아담한 모습에 오히려 더 큰 기운을 느낀다. 작고 검은 얼굴로 구슬이 주렁주렁 달린 관을 머리에 쓰고 붉은색의 옷을 입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역시 수많은 향과 초에 불을 붙여 연신 위아래로 흔들며 기도한다. 기도가 끝나면 으레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찌아오베이(筊杯)를 던지는 것이다.
아무리 신이라도 그건 대답하기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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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가 한 쌍인 찌아오베이는 한쪽 면은 평평하고 반대쪽 면은 불룩한, 반달 모양의 나뭇조각이다.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으며 평평한 면은 양을, 불룩한 면은 음을 상징한다. 이 두 개의 나뭇조각을 던져 신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그 답을 구하는 것인데, 비단 톈허우궁에서뿐 아니라 관음 불교 사원이든 어디든 타이완의 사원이라면 으레 찌아오베이가 준비되어 있고 누구나 던져볼 수 있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 없지. 우선 제단 옆의 통에서 기다란 나무 막대기 찌우찌안(求籤)을 한 개 뽑아 거기 쓰여있는 숫자를 확인한 후 속으로 기도를 하며 찌아오베이 두 개를 던지는데, 윷놀이하듯 위로 홱 던지는 것이 아니라 팔을 가슴 앞으로 펴서 툭 떨어트린다. 이때 찌아오베이 하나는 불룩한 면, 하나는 평평한 면으로 착지하면 곧 기도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니 제단 주변의 서랍장(번호가 적힌 작은 서랍이 가득히 꽂혀 있다)에서 조금 전 찌우찌안 막대기에 쓰인 숫자와 일치하는 번호의 서랍을 열어 그 속의 종이를 꺼내 메시지를 확인하자. 고민 해결법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을 것이다. 만약 찌아오베이 두 조각이 모두 평평한 면으로 바닥에 떨어진다면 당신의 고민은 해결되지 않을 테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찌우찌안부터 한 개 뽑으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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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무한정 반복해선 곤란하다. 3번 이상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받아들여야 한다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려나. 반대로 두 조각 모두 불룩한 면으로 떨어진다면? 당신의 질문 자체가 이상하다는 뜻. 찌아오베이를 통해 궁금한 것은 뭐든 다 물어볼 수 있지만 그래도 나름의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 저녁엔 뭘 먹을까요?"라는 질문이라면 아무리 신이라도 답하기가 곤란하다. 하지만 "저녁에 만두를 먹으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에는 먹어라/먹지 마라라고 답할 수 있다. 그러니 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질문의 형식을 잠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신께서 생각할 시간을 드려야 하니 그동안 향을 피우며 기다려야 한다는 규칙이 있는데, 최소한 기다란 향이 반 이상 탈 때까지는 경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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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에는 마쭈와 더불어 관셩따디(關聖大帝) 즉 관우를 함께 모신 사원이 유난히 많다. 바다의 신과 상업의 신을 함께 모신다는 것은 곧 타이완인들이 오랜 시간 어업과 무역업에 주로 종사해왔다는 의미다. 거기에 한 명 더, 무척 인기 있는 신이 있으니 웬창디(文昌帝)다. 옥황상제의 신하로 문학의 신이자 시험 합격을 관장하는 신이라 해마다 크고 작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앞다투어 그를 찾는다. 한 군데의 사원에서 여러 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 타이완의 사원은 이렇듯 오픈 마인드이다. 여러 종교의 신이 사이좋게 제단 하나씩을 차지하고 있어, 큼직한 사탕 봉지를 들고 와 사원을 빙 돌며 모두의 앞에 사탕을 한 줌씩 놔두고 고개를 꾸벅 숙여 목례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종교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흥미가 생긴다. 혹시 모르지. 이곳에서 나만의 신을 만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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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원 야시장, 화위엔예싀

    No. 533號, Section 3, Hai'an Rd, North District, Tainan City, Taiwan 704

자, 이제 본격적으로 야시장을 털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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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경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향 연기에 온몸이 훈제되는 기분이다. 슬슬 야시장으로 향한다. 타이완 하면 역시 야시장이다. 매일같이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나면 길거리는 온통 야시장으로 뒤덮인다. 그야말로 불야성, 밤이 되면 오히려 더 흥미로워지고 아름다워지는 나라다. 큰길 양쪽 입구를 막아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통행을 통제하고 본격적으로 영업하는 큰 규모의 야시장부터 좁은 골목에 노점 대여섯 군데가 모여 소박하게 장사를 하는 곳까지 다양하다. 일 년 내내 덥고 습한 타이완에선 대형 쇼핑몰의 푸드코트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편안히 식사하는 쪽이 훨씬 쾌적하겠지만 에이, 어디 야시장의 매력과 비교할까. 소음과 열기로 가득한 정신없는 곳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에너지를 담뿍 받게 된다. 때로는 먹고 싶은 음식 노점 앞에 사람이 너무 많아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기다림 끝에 기어이 내 음식을 받아 들었을 때의 성취감이란. 주변에서 부러운 눈으로 쳐다봐주면 기쁨이 두 배가 되기도 한다. 미안합니다, 먼저 먹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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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시대, 푸젠 성과 광둥(廣東) 성에서 바다 건너 타이완으로 이주해온 한족들은 오자마자 울창한 산림을 개간해 농지로 만드느라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일이 끝나고 나면 완전히 지쳐버려 식사를 만들 힘 따위 남아있지 않았을 정도라 으레 길거리의 상인들에게서 음식을 사 먹곤 했다. 그러다 힘든 몸과 마음을 위안 받으려 종교 사원으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그전까지 기다란 막대기에 음식 바구니를 매달아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며 팔던 상인들도 아예 사원 주변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야시장의 시작이다. 지금도 유서 깊고 규모가 큰 사원 주변에는 거의 반드시 야시장이 있다. 신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는 기분. 물론 루강의 톈허우궁 주변 역시 해가 지고 나면 야시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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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을 가득 채운 다양한 음식을 일컬어 샤오츠(小吃)라고 한다. 풀이하면 '작은 먹거리'쯤 되는데, 간단한 간식거리, 요기 거리라는 뜻이다. 전국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전국구급 샤오츠도 있고 그 지역의 색이 담긴 특산물 샤오츠도 있다. 루강에서라면 가재 튀김과 삶은 고둥, 그리고 소 혓바닥 모양의 과자 이 세 가지다. 우선 소 혓바닥 모양의 과자인 니우셰삥(牛舌饼)은 1900년 초부터 만들기 시작했다는 지역 명물로 정말 소 혓바닥을 빼닮았다. 밀가루 반죽 안에 달달한 흑설탕 소를 넣고(그래서인지 공갈빵과 맛이 비슷하다) 밀대로 펴 밀어 굽는데, 도톰한 것과 종잇장같이 얇은 것 두 종류다. 만드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으니 니우셰삥 노점 주인 할아버지가 음메, 하고 소 흉내를 내고 혓바닥을 쭉 내밀며 열심히 설명을 한다. 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니 옆에 있던 학생들이 니우셰삥 한 봉지를 사서 한 개 꺼내 건네주고는 수줍게 "웰컴 투 타이완"이라고 말하며 쑥스러운 듯 홱 돌아서서 자기들끼리 웃는다.
바다가 내주고 루강이 차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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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져 계속 걸어본다. 그러다 멈칫,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대야에 담아둔 노점이다. 요걸 튀겨준다니 그럼 안 먹을 수 없다. 가재 튀김은 수짜샤허우(酥炸海鮮)라고 하는데, "이것을 먹지 않으면 루강에 가보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지역의 명물이다. 가재를 묽은 밀가루 반죽에 살짝 담갔다 빼 기름 솥에 집어넣으면 금세 껍질이 익으며 불그작작한 색으로 변한다. 작은 건 3센티미터, 좀 큼직한 것은 7센티미터 정도다. 튀길 때는 타이완의 바질(basi)l인 지우청타(九層塔) 잎을 함께 튀기는데, 가재의 살짝 비린듯한 맛과 지우청타 특유의 향이 괜찮게 어울린다. 지우청타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바질 허브와는 꽤 다른 맛과 향을 낸다. 타이 바질(thai basil) 또는 아니스(anise)와 흡사하다. 튀김을 한 개 입에 넣고 와작 씹어보니 겉은 바삭바삭하면서 속살은 촉촉한 게, 입안에 가재 국물이 쫙 퍼진다. 소금과 후추간이 살짝 센 편이라 두어 개 집어먹으니 자동으로 맥주를 찾게 된다. 루강에는 요 바닷가재 한 마리로 죽 세 그릇을 먹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꽤나 자린고비들이라 그런가 싶지만 실은 이 지역이 무역항으로 번성하기 이전엔 무척 궁핍했던 지라 가재를 잡아 소금에 절여 밥이나 죽에 곁들여 조금씩 베어먹는 걸로 다른 반찬들을 대신했다고 한다. 쓰리고 짜디짠 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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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고둥 사오지우루어(燒酒螺) 역시 아주 인기가 좋다. 지역 명물로 출발해 이제는 타이완 전역의 일상적인 술안주로 자리를 잡은 음식인데, 이름에 지우(酒)가 들어가는 이유는 독한 술을 넣고 요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쌀로 빚은 미지우(米酒)를 넣는 것이 좋다고. 고추와 마늘, 간장, 지우청타, 설탕과 술을 적절한 비율로 넣은 양념 국물에 고둥을 껍질째 넣고 푹푹 찌듯이 익히는데, 루강 야시장에선 매운 정도에 따라 골라서 먹을 수 있다. 아주 매운맛인 따라(大辣)부터 중간 단계인 쫑라(中辣), 약간 매운 샤오라(小辣) 중에서 고르거나 아예 무라(無辣)를 먹거나다. 그중 시험 삼아 쫑라 단계를 고르니 종이를 깔때기 모양으로 말아 그 안에 담아준다. 맛은, 어이구, 꽤 얼얼하다. 습한 바닷바람의 기운이 매운맛에 확 날아간다. 옛날 상인들은 기다란 작대기 양쪽 끝에 나무통을 매달아 사오지우루어를 가득 담고서 어깨에 메고 돌아다니며 "사오지우루어가 왔어요~"라고 소리치며 다녔단다. "메밀묵 사려, 찹쌀떡~" 하는 소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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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의 노점들을 하나하나 참견하며 음식을 이것저것 맛보다 문득 고개를 들어 톈허우궁을 바라본다. 어느새 사방은 어두워졌고, 사원 입구에 주렁주렁 매달린 등의 불빛은 더욱 환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소망을 품은 채 사원을 향해 걸어간다. 타이완 중서부의 작은 도시, 조용한 듯 고요한 듯 그러나 커다란 에너지를 품은 도시. 루강을 만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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