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작지만 보고 먹을 것 많은 4박 5일 다카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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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일본 소도시 다카마쓰에 다녀왔습니다~
아내와 함께한 두번째 일본 여행(첫번째는 훗카이도)입니다.
우연히 다카마쓰 광고 메시지를 받고 패키지 여행을 고려했으나, 우리의 시간을 쓰고 싶어 자유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다카마쓰는 우동의 본고장으로 유명한데, 편의점보다 우동가게가 많다고 하는 소문은 진실로 확인되고, 그 맛에 있어서도 어느 곳이나 수준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우동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순례길에 있는 절들이 무척 아름답고, 버려진 섬을 예술로 살려낸 나오시마 재생 프로젝트는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외에도 고라쿠엔, 리쓰린 공원과 같은 유명 정원, 구라시키 미관지구 등을 둘러보면 해외 여행보다 국내 여행을 즐긴다는 일본인들을 충분히 이해할만 합니다.
오사카, 교토, 도쿄도 훌륭한 여행지지만, 다음 일본 여행지도 소도시를 택해볼까 합니다.
참고) 본 여행에서 사용한 비용을 되도록 모두 기록하기 위해 간단한 리뷰도 왠만하면 추가했는데, 간혹 누락되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비용은 우리 부부가 사용한 2인 기준입니다.
  • 인천국제공항

    인천광역시 중구 공항로 272

  • 다카마쓰 공항

    1312-7 Konanchooka, Takamatsu, Kagawa 761-1401, Japan

  • 치쿠세이 본점

    2-23 Kameokachō, Takamatsu-shi, Kagawa-ken 760-0006 일본

맛보다 가격, 그리고 친절
야마다야 본진과 함께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항상 1~2위를 다투는 다카마쓰 음식점. 노포라고 하기에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지만, 1968년에 개업한 무려 50년을 넘어서는 우동집이다. 강남역 기리야마 본진의 신상목 사장님이 외교관 생활을 접게 되었다는 충격이 이런 것이지 않을까. (기리야마 본진은 그 명성에 비해 너무 비싸고 괜찮다는 정도였다. 부식 포함해서 인당 2만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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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면 줄을 서는 동안 할머니 한 분이 메뉴판을 건네 주신다. 고속도로 휴게소 우동도 오천원을 호가하는 요즈음인데, 이 작은 소도시의 전통 있는 노포의 우동 가격은 170엔에 불과하다. 물론, 우동 한 그릇만 끝내고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치쿠세이는 삶은 반숙 계란 튀김가 오뎅 튀김으로 유명하기 때문으로, 평범한 오뎅에 온기까지 남아 있지 않은데 '이건 뭐지'라는 잊혀지지 않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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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정작 우동은 평범한 편으로 국내의 어지간한 동네 우동집과는 비할 수 없지만, '우아'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니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호텔에 짐 풀자마자 너무 기대감에 달려와 그럴 수도 있겠지 했지만, 앞으로의 우동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조금은 다카마쓰 여행이 아쉬울 것 같았다. 물론 후에 괜한 걱정으로 밝혀진다.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부분들이 셀프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첫번째 우동 공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다. 물론 (한국어나 영어를 전혀 못하는) 할머니들의 손발짓에 기반한 헌신적인 친절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가케 우동이 아닌 이 집의 메인인 붓가케 우동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까지 제공받는 것은 아니다.
가케 우동은 흔히 각기우동이라고 부르는 국물 기반의 우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가와현이 포함된 관서 지역은 다시마 기반의 육수(관동 지방은 가츠오부시 기반)를 사용하고 있는데, 일본의 평범한 가정에서도 모든 걸 아껴도 우동의 재료인 다시마는 좋은 품질로 구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누키(카가와현의 도시) 지역에서는 국물보다는 면발로 승부하는 곳이 많아 쯔유에 우동면을 찍어 먹는 붓카게 우동을 많이 먹는다. 
  • 야시마 산

    1821 Yashima Higashimachi, Takamatsu-shi, Kagawa-ken 761-0111 일본

너구리와 야시마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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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절들이 산으로 간 이유에 대해서 여러 설이 있는데 조선의 개국과 함께 숭유억불 정책으로 산으로 밀려 올라갔다하기도 하고 일제에 의해 탄압되며 옮겨갔다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국토의 70%가 산지이고 동쪽의 상당수 도시들은 이미 산지를 끼고 있기에 이러한 이유로만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산지에 지을 수 밖에 없는 곳도 상당수일거라는..
시코쿠섬도 나즈막한 산지와 평지가 혼재 되어 있는데, 홍법(구카이) 대사가 순례했다는 88개의 절들도 이에 맞추어 위치하고 있다. 시코쿠 순례길은 도쿠시마현으로부터 오른쪽으로 고치-에히메-카가와현을 돌며 순서되어 있으며 야시마지는 야시마산 정상에 자리잡은 84번째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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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동안 3개의 진언종 사찰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다른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사에 비해 카가와 현은 진언종의 영향인지 불교 사찰을 더 쉽게 볼 수 있다.) 진언종은 티벳의 밀교와 궤를 같이 하는데 대승불교에서도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진리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깨달음의 단계는 총 10단계로 대승의 세계는 8단계 청정, 9단계 진여와 10단계 구극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을 교리로 하는 것이 천태종, 화엄종, 그리고 밀교(진언, 영원한 진리를 추구하는 비밀스러운 말들)라고 할 수 있다(라고 밀교에서는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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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마지는 산 위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어, 버스(야시마역이나 고토덴야시마역에서 100엔버스가 다닌다)로 올라가는 내내의 경치와 사찰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스토리와 자연풍광이 없었다면 그저 하나의 시코쿠 사찰에 지나지 않았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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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을 나와 야시마 정상으로 가는 상점가에서 이 녀석을 만날 수 있었다. 야시마절은 너구리의 절이라고도 하며, 야시마지의 수호신이 바로 하게다누키(禿狸), 위기에 처할 때마다 신묘한 변신술로 야시마를 구한 너구리 총대장이라고 한다. 야시마지에도 한쌍의 너구리 석상이 있는데, 이 너구리의 xx를 만지면 재물이나 혼인, 자녀의 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설이 있다. 생전 처음으로 실물을 보았을 정도로 흔하지 않은 너구리를 길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니, 이 지역의 토착적 믿음으로 자리잡은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라쿤과 구별되는 너구리는 유럽 일부지역과 동아시아에만 존재하며, 늑대와 호랑이가 사라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번성하는 추세라고 한다. (라쿤은 생김새만 유사하여, 너구리는 개과 라쿤은 라쿤과로 완전히 다른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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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와 더불어 다카마쓰 시내와 세토내해 전망은 야시마지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마침 적당한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매력적이지 않을까하는 평온함이 보인다. 다카마쓰는 인구 42만의 작은 도시기도 하지만, 높이로 튀지 않으려는 성숙함 덕분이지 않을까. 산지 때문에 가용한 택지가 부족한 현실이라도 빈집으로 버려진 구도심의 재생보다는 높이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우리 중소 도시들의 현실이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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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마 정상에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다도로 이루어진 세토내해가 있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시코쿠는 세토대교를 통해 오카야마와 연결되며 간사이 지방을 육로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세토내해는 역사적으로도 무척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미나모토모 요리토모가 헤이안 시대의 권력가이자 무장 다이라노 키요모리를 몰아내며 왕정을 종료하고 막부의 시대(가마쿠라 막부)를 열었던 격전(겐페이 야시마 전투)의 장소가 바로 이 곳이다. 가마쿠라 막부는 150여년 지속되다 남북조 시대와 무로마치 막부로 이어지게 되지만 막부의 시대를 열었다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 야마다야 우동 스키 공장

    일본 〒761-0121 Kagawa-ken, Takamatsu-shi, Murechō Mure, うどん本陣山田家

이유 있는 1등 우동
야시마지를 다녀왔다면 야마다야 우동 본점을 들러야 한다. 고토덴 야시마역에서 약 2km 지점에 있어, 교통이 비록 편하진 않지만 그 길이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다. 중소도시, 그것도 번화하지 않은 야시마 지역이라면 가옥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요기가 된다. 일본식 분재로 깔끔히 정리되어 있는 정원과 전통의 형식을 이어가며 조금씩 개량해 온 가옥은 그 자체로 길거리 관광지다. (다카마쓰는 일본 내 분재 생산의 80%를 차지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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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와는 비가 적어 밀 농사에 적합하다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우동집에서는 호주산 밀(ASW, Australian Standard White Wheat)을 사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품종이 면의 끈기를 더해 주는 글루텐 함량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인데, 2000년대 들어서는 차츰 카가와 품종이 늘어나고 있다. 이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사누끼 우동이 매우 유명하다보니 마치 카가와현이 일본에서 밀농사가 가장 발달한 것으로 오해되기 쉽지만, 그 주인공은 북해도이며 비중도 70%에 달한다고 한다.  '우동 한 그릇'도 북해도의 우동집을 배경으로 한 소설.  
좋은 품질의 카가와 밀을 발로 반죽하여 찰기를 유지하는 기법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1963년 대홍수가 일어나 밀밭이 모두 망가졌다. 그 여파로 호주산 밀이 대량 수입되고 품질도 우수해서 농가들은 더 이상 밀농사를 짓지 않게 된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 카가와현 농업시험장의 '타다 신지'라는 연구원이 호주산 밀보다 우수한 품종을 만들기 위해 각종 교배와 일본 각지의 농법들을 연구 및 실험해 가다 결국 '사누끼의 꿈'이라는 좋은 밀을 만들어 낸다. 다만, 야마다야 우동이 사누끼의 꿈을 쓰는 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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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야 우동은 맛 이외에도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하다. 5시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했음에도 이미 어두워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건물로 둘러싼 가운데 정원이 있어 문 밖을 나서면 어느 곳에서도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정원에 비해 그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치쿠세이 우동보다도 10년 늦은 1978년에 개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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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은 건 아래의 구운 고등어 초밥 정식으로 도쿄의 분점에서는 팔지 않는다. 초밥 정식에 포함되어 있는 가케 우동에서는 점심의 치쿠세이와는 차별화된 찰기를 한가닥이 목에 흘러가자 마자 느낄 수 있었는데, 야마다야 홈페이지의 '야마다야의 집착'이라는 안내가 허황되지 않음이 증명된다. 10분의 차이라 할 지라도 온도와 습도가 변하고 이에 맞게 손으로 느끼지 않으면 최상의 면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20 여명의 장인이 지속적으로 반죽하고 있다고 한다. (환상적인 면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면을 엄청 사왔는데 무슨 말씀 ㅠ) 구운 고등어 초밥은 맛있는 편이지만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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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와 로이넷 호텔 다카마추

    8-23, Marugame-machi

다카마쓰 가성비 호텔
가성비라고 했지만 소도시여서 좋은 호텔은 클레멘츠 정도이지 않을까 합니다. 나머지는 다들 고만고만한 작은 호텔. 교통이 편리하고 시설이 정갈한 편입니다. 4박했는데 아고다캐쉬 적용하여 415,000원, 하루 평균 104,000원 수준에 숙박
  • 다카마쓰역

    1 Hamanochō, Takamatsu, Kagawa 760-0011 ,Japan

  • 고라쿠엔

    1-5 Korakuen, Kita Ward, Okayama, 703-8257, Japan

자연을 닮은 일본식 정원
어차피 자연에 있는 것들을 재배치 하는 것인데 자연을 닮았다고 하는 말이 이상하지만, 일본식 정원을 다른 나라의 것들과 구별할 때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을 찾기도 쉽지 않다. 고라쿠엔은 백성들을 근심하고 자신은 모두가 평화로울 때 즐기겠다는 선우후락(先憂後樂)에서 온 말로 오카야마 번주 이케다 쓰나마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사실 사적인 공간으로 정원이라 불려야 마땅하겠지만 공원이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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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쿠엔 공원은 오카야마 번주 이케다 가문의 정원으로 그 옆에는 (당연히) 오카야마 성이 자리잡고 있다. 검게 장식되어 까마귀의 성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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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물론 유료지만) 자유롭게 촬영, 산책 등을 이용할 수 있어 공원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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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쿠엔은 이바라키의 가이라쿠엔, 이시카와의 겐로쿠엔과 일본의 3대 정원으로 불린다. (국가가 지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튼 그렇게 불린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일본식 정원이라고 하면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교토의 료안지나 은각사의 모래바다에 분재 혹은 암석이 놓여 있는 형태를 떠올리지 않던가. 그런 형태를 가레산스이(枯山水)라고 하는데 흔히 Zen-Style이라고 불리우며 헤이안 시대와 무로마치 막부 시대에 선종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가레산스이가 일본 정원의 모두는 아니다. 다른 나라의 정원들이 자연 그대로의 크기와 구성을 갖고 있지만, 일본 정원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이상화된 것들을 축소 혹은 대비하여 배치하는 상징적 정원이다. 가레산스이도 그 한가지이며 이케이즈미(池泉庭園)와 같이 연못 주변에 자연의 산수를 배치하여 표현하기도 하는데, 고라쿠엔도 그 일종이다. 다른 유명한 양식은 로지(露地)로 다실로 가는 정원에서 잡념을 버리고 다도세계로 초대하기 위해 사용된다.
우리 나라와 비교하면 일본 정원의 특색을 좀 더 알기 쉬운데, 일본 정원도 차경을 이용하지만, 연못 정자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인위적 방식인데 반해, 우리의 정원은 담양 소쇄원과 같이 자연의 흐름과 맞닿아 있는 곳에 정자를 배치(별서정원)한다. 일반 가옥에서는 마당을 비워둠으로써 정원과 마당이 이어지게하여 빛, 바람, 냄새, 소리를 마당으로 끌어(가옥정원) 오며 담장도 낮추어 외부와 내부의 단절을 최소화한다. 아울러, 일본의 정원을 가꿀 때는 최고급 나무들을 이용하고, 우리의 정원은 그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나무들로 구성하는 것도 그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중국의 정원은 원림(園林)이라고 하는데, 뜰에 숲을 조성한다는 뜻으로 동굴, 산, 건축물 등 정원 안에 소세계를 만들게 된다.  
  • 구라시키 미관지구

    Honmachi, Kurashiki, Okayama 710-0054, Japan

시민의 힘으로 보존된 전통 마을
전통 상점 거리로 유명한 구라시키 마을은 사실 바다였다. 간척사업으로 이루어진 땅은 코지마만과 이어지는 구라시키 강 주변에 위치해 교통의 요충지가 된다. 작은 마을이었던 이 곳에 상공인들이 몰려 들어 활기가 차고, 다행히도 전쟁의 포화를 한번도 겪지 않아 1700년대 형성된 거리가 그대로 유지된다. (미군은 오카야마현 제2의 도시 구라시키 폭격도 계획하고 있었으나, 그 전에 전쟁은 종료된다.)
1960년대 일본 정부는 구라시키의 상품성에 주목하여 특별 미관 지구로 지정한다. 자동차는 다닐 수 없고, 전봇대들은 모두 지중화해 그 위치로는 가로등을 세웠다. 방적공장을 호텔과 대형 상점가로 개보수(아이비스퀘어)했고, 오래된 집들의 임의 보수를 금지한다. 1988년 6명의 건축가들이 '옛날 민가 재생 공방'을 열어 민가를 재생하는 방법을 교육하며 주민을 자각시킨다. 2013년 구라시키 이야기관 재생사업으로 일본 건축대상을 수상하고, 이 과정 속에서 구라시키 시는 미관지구 조례를 만들어 주위에 큰 빌딩이 들어서거나 임의로 개발되는 일이 없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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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시키 강 주변은 옛 건물과 버드나무, 가로등 그리고 사람들의 길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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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상가 하나도 임의로 개축할 수 없어 옛날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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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시키는 수백만의 관광객으로 붐비지만, 고급식당이나 주점보다 공예품이나 전통 음식 등의 영업이 주를 이룬다>
구라시키의 상점들은 현대적인 내부를 갖추고도 이전 가옥의 스케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반가운데, 종로 익선동이 언뜻 떠 오르지만, 살짝 고급스럽고 비싼 음식과 주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익선동에 비해 구라시키는 여전히 당고떡이나 작은 예술품들의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수백만이 찾아오는 관광지에 젠트리피케이션은 없었던 것일까? 주민들은 일찌감치 '구라시키 마을 만들기 주식회사'라는 만들어 재생 사업에 관여하고 있고, 지방정부와 상공인들, 그리고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구라시키 중심가 활성화 협의회에서 지역 재생과 상생을 위해 치열하게 토의한다. 임대료 상승을 조례로 제한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10년대에 새로 개발된 하야시약품지구, 나라망 여관지구, 시로이 저택지구가 디자인 상점, 음식점, 문화 생활 공간으로 무려 20년 장기임대 되었다. 
새로운 개발지구에 비싼 임대료로 큰 기업들을 유치하면 당장 시의 재정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지만, 구라시키는 당장의 배부름보다 게으르고 늦지만 포근한 행복을 찾아가는 관광지였다.
  • 이와쿠라 시푸드 이자카야

    일본 〒710-0046 Okayama-ken, Kurashiki-shi, Chūō, 2 Chome−1−18 いわ倉

용두사미 가이세키 정식
Trip Advisior의 평이 무척 좋기도 하고, 일본에 왔는데 가이세키 요리 한번은 먹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방문.
가이세키 요리는 에도시대에 일종의 연회자리(會席)에 사용되던 음식이어서 그와 같은 이름이 붙여졌는데, 가이세키 요리는 '전채1(お座付) - 전채2(前菜) - 맑은 국(吸物) - 생선회(お造り)- 구이(焼物) - 튀김(揚物) - 찜(蒸物) - 초절임(酢物) - 밥(お碗) - 디저트'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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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쿠라에서 채소와 스시요리가 나올 때만 해도 '오~ 오~'할 정도로 신선함으로 가득했으나, 갑자기 메뉴가 끊겨 버린다. 단무지 비슷했던 반찬 하나가 나오길래 다음 나올 음식에 딸린 것이구나 했으나, 초절임이었던듯. 
가이세키는 추천하기 힘들지만, 일본어가 된다면 옆 테이블에서 먹는 것 따라하면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 듯함.
  • 다이와 로이넷 호텔 다카마추

    8-23, Marugame-machi

  • 다카마쓰역

    1 Hamanochō, Takamatsu, Kagawa 760-0011 ,Japan

  • 곤조지

    1160 Konzōjichō, Zentsūji-shi, Kagawa-ken, 일본

복을 기원하는 사찰
시코쿠 순례길 76번째에 있는 사찰로 고보대사가 탄생하던 해(774년)에 다른 스님(와케도노젠)에 의해 창건된 절이다. 유명 우동집인 나가다 인 카노카가 지근에 있어 한번쯤 들러 보는 절이지 않을까 하는데, 의외로 크고 아름다워서 절 자체로도 방문 가치가 있다. 
일본의 불교에서는 깨달음 뿐 아니라, 개인의 안녕에 대한 기복의 의미도 매우 중요하다. 곤조지는 입구의 '오카루텐상'이라고 인근 주민에 불리우는 귀자모신을 모시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아기의 보호와 양육을 맡는 호법신이라고 한다.
우리의 절들이 아미타여래(무량수전)나 석가여래(대웅보전)를 본존으로 모시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곤조지만 해도 병 없이 평안한 삶을 바라는 의미에서 약사여래를 본존으로 부동명왕과 아미타여래를 삼존으로 모시고 있다(부동명왕은 기복과는 큰 관계가 없지만 탱화나 불상에 표현된 이미지가 강해서 액을 물리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모셔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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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조지는 다른 사찰과 마찬가지로 크게 두 개의 건물로 이루어진다. 들어가자마 있는 조사당은 훌륭한 스님들을 모신 곳으로 지증대사와 홍법대사를 포함 5명의 스님들을 모시고 있는데 시코쿠 88개의 절들 중 가장 많은 수라고 한다. 조사당에서 줄을 당겨 종을 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대체로 신사에서 행하는 것으로 토착 신앙과 결합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후 방문한 젠쓰지에서는 볼 수 없었다. 
  • 나가다 인 카노카

    일본 〒765-0031 Kagawa-ken, Zentsūji-shi, Konzōjichō, 1180 釜あげうどん

면발 하나면 된다.
나가다 인 카노카는 오랜 사누키 우동의 역사에도 불구, 고작 16년 (2002년 개업) 된 신생 우동집으로 주인장은 '다른 특이한 우동 면발 많이 맛보아도 좋지만, 가마아게 우동은 우리 것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호언답게 타베로그에서 일본 우동 순위 2위(1위는 오사카의 라쿠라쿠), 카가와현 순위로는 선두를 지키고 있다. 대게의 인터넷 품평 사이트가 가성비를 중요시하지만 가격을 빼고라도 나가다 인 카노카는 우동 먹으로 카가와에 왔다면 반드시 들러야 한다.가마아게 우동은 다른 가게에서 쉽게 찾을 없는 것(주문한 사람이 많지 않았거나)으로, 삶은 면수를 그대로 면에 부어서 제공한다. 면발에 탄력이 없다면 따뜻한 국물 때문에 푹 퍼질만도 한데, 이 곳의 면발은 그럴리 없어 보인다. 쯔유는 식지 않도록 큰 호리병에 데워 제공되는데 병의 무게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아 쯔유의 온기를 길게 보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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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기한 면발과 고품질의 쯔유로 명성이 높은데 반해, 가격은 김밥천국 수준. 작은 것이 250엔 큰 것이 350엔, 아주 큰 것이 500엔 수준이다. 카가와에서 우동을 즐기다 보면 다음 우동이 궁금해 소자를 시키곤 하는데, 나가다 인 카노카에서 작은 것을 주문하는 것만큼 후회되는 것은 없다. (아내의 대자 우동 한 젓가락 가져 오다가 엄청 혼나고 포기 ㅠ) 왠만하면 맛있어하지 않고, 특별히 입이 짧지도 않아서 내가 이 정도 이야기하면 손가락 안에 드는 맛이라고 봐도 좋다. 근처의 곤조지, 3km 거리의 젠쓰지와 묶어 여행(우린 나중에 알았지만)하는 우동 버스 코스가 있다. 어렵게 전철타지 않고 우동버스 날짜를 맞추는 것이 가격이나 시간에서 유리하다. 수, 목은 영업하지 않음.
  • 젠쯔지

    3 Chome-3-1 Zentsujicho, Zentsuji, Kagawa 765-0003, Japan

일본 진언종의 총본산
젠쓰지는 고보대사가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시코쿠 순례길 중 75번째 절이다. 그 의미만큼이나 규모도 굉장해서 서원만 보고도 압도적인 크기에 놀라고, 후에 동원이 별도로 있으며 중심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란다. 다카마쓰 여행에서 하나의 관광지를 가야한다면 젠쓰지를 선택해야 한다.
807년에 고보대사가 창건한 절로, 고보대사의 탄생 지점을 기려 1200년대에 대사당을 만들고 근처를 서원으로 조성했다. 본당(금당)에서는 곤조지와 마찬가지로 복을 기원하며 약사여래를 본존으로 모시고 있다. 늦은 시각에 도착해 내부를 많이 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2시간 정도는 확보되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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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에서는 약사여래를 본존으로 모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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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보 대사가 만들었다고 하는 5층 석탑. 여러번 불탔지만 매번 재건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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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년 수령의 녹나무, 고보대사가 지팡이를 꽂았더니 나무가 되었다는 설. 카가와현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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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쓰지 주변은 오백 나한이 둘러싸고 있다. 나한(아라한)은 부처님의 제자들로 수행을 통하여 번뇌를 끊고 수행자들의 최고 계위를 획득한 이들을 말한다>
  • 붓쇼잔 온천

    일본 〒760-0000 Kagawa-ken, Takamatsu-shi, Busshōzanchō, Otsu−114−5, 仏生山温泉天平湯

그렇게 헤매이던 병우유를 여기서..
다카마쓰의 너무 유명한 온천이어서 우리 말 좀 듣겠구나 싶었지만, 역시 소도시라 그런지 붓쇼잔 온천도 근처 일본인들의 방문이 많은 듯하다. 탕 안에 있으면 피부가 무척 매끄러워지는데, 온천을 나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느낌은 사라진다. 몇년 전 다녀왔던 울진의 온천만큼은 안된다 싶다. 그래도 다른 일본의 욕탕과는 달리 꽤 현대적이고 깔끔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편의점에서 그렇게 찾아 헤매던 병우유가 자판기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 자판기에서 파는 우유가 그리 대단하겠어라 의심했지만, 곧 자판기에 미안해지며 두 병을 다시 뽑아 가방에 챙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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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쓰지에서 고토히라를 거쳐 고토덴을 탔는데 고토히라역에서는 붓쇼잔 패쓰를 팔지 않는다. 당일 일정에 붓쇼잔 온천이 들어 있다면 붓쇼잔 패쓰 가능한 역을 확인해 꼭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패쓰에 포함된 수건마저 온천에서는 150엔에 팔고 있다. 
  • 쓰루마루

    일본 〒760-0045 Kagawa-ken, Takamatsu-shi, Furubabachō, 9−34, 吉田ビル

한잔 후에 하는 우동
전국적으로 소문난 1981년에 개업해서 이제 40년 가까이 되어가는 '두루미 무리'라는 뜻의 이 우동집은 특별하다. (에도시대에는 두루미로 국을 끓여 먹었다고 하는데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수타와 도삭이 이루어지고 있고 어쩌면 일본인의 국민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카레와 결합했는데도, 식사 시간에 영업하지 않는다(오후 8시 ~ 새벽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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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후에 하는 우동'. 국내에서도 포장마차 우동은 의례 3차쯤 되면 술기운을 줄이려고 가게 되는데, 츠루마루 역시 그 컨셉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양복을 입은 직장인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다카마쓰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자극적인 카레의 맛이라니 소문나지 않을 도리가 없어 보인다. 때때로 술기운에 목소리가 높아진 손님들도 있지만, 대체로 살짝 활기차 있고 '부어라 마셔라'보다는 우동과 오뎅을 안주삼아 마무리 한잔 정도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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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카레'라는 이름의 레토르트 형태로 소개되면서 1960년대에 국내의 카레 대중화가 이루어진 반면, 개방에 적극적이었던 일본은 이미 1800년대 영국함대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인도를 식민지화한 영국은 무더운 날씨에 쉽게 상하는 음식들로 무척 고생하다가, '커리'는 쉽게 상하지도 않고 필수 영양이 높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유럽에 들여와 보급한 인도의 커리는 상대적으로 고기 비중이 높고 밀가루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지역에 따라 유제품을 넣기도 하는데, 일본식처럼 밥과 같이 먹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밀가루 전병(란)과 함께 한다. 일본에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고기 대신 채소의 비율을 높였고, 밀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 밥 위에 한 스푼씩 부어 먹는 방식으로 개량(오뚜기 카레는 모두 부어서 한꺼번에 비벼 먹는 방식으로 소개했으니, 방식 자체는 한국식이라 할 수 있을까)하였다. 일본인 두 사람이 이를 레토르트로 구현해 특허 등록까지 마쳐 있는 상태라 하니 '커리'는 몰라도 '카레'는 일본 고유 식품이라 할 만도 하다. (피자가 미국꺼나 이태리꺼냐 하는 느낌일 듯)
카레 자체는 밀가루가 포함된 일본 스타일로 그다지 특이하지 않지만, 포함된 소고기는 무척 부드러웠다. 
  • 다이와 로이넷 호텔 다카마추

    8-23, Marugame-machi

  • 다카마쓰 항

    8 Sunport, Takamatsu, Kagawa 760-0019, Japan

  • 나오시마 미야노우라 항

    Japan, 〒761-3110 Kagawa, Kagawa District, Naoshima, 宮ノ浦2249-40

  • 이에프로젝트(정보없음)

도시 재생의 올바른 예
나오시마는 1900년대 초부터 미쯔비시의 구리제련소로 많은 인구를 유입하였던 곳이다. 하지만, 산업의 구조가 변화되면서 회사와 사람들은 떠났고, 남겨진 이들은 산업 폐기물과 황폐해진 삼림만 물려받게 된다. 1980년대 베네세하우스 북그룹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은 섬의 일부를 매입하고 예술 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일각의 보도에서는 사회기부차원이라고 되어 있지만, 인구의 고령화를 고려할 신성장 동력으로 예술을 지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 아무도 오지 않는 섬에 초특급호텔과 미술관을 3개나 짓는다니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았지만, 평소 '예술을 알지 못하는 인재는 필요치 않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는 후쿠다케 회장의 의지에 따라 안도다다오에 아무런 제약을 주지 않고 도시 재생을 추진하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과 나오시마 동사무소는 후쿠다케 회장을 찾아가 남아도는 집들을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후쿠다케 회장이 이를 승인하여 1998년 '집(이에)' 프로젝트는 시작된다. 베네세그룹의 작년 매출이 약 5조원 정도였는데, KTX 열차 만든 현대 로템과 유사한 수준. 이 정도 수준의 회사가 이런 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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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까지 연결되어 있는 에도시대 신사에 광학유리계단을 설치하여 하늘과 땅을 결합하는 의미를 준 히로시 스기모토의 작품 Appropriate Portion>
이에 프로젝트는 나오시마의 7개 주택과 건물을 개량하여 진행되고 있으며, 인근 이누지마까지 프로젝트는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매 3년마다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를 인근의 섬들과 같이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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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가치만이 이에 프로젝트의 전부는 아니다. 남은 3천 여명 주민들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지를 철저히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에 프로젝트의 가이드는 대체로 지역 주민들이 번갈아 맡고 있으며, 유흥 시설이나 상가는 통제되고 있었다. 주변은 정리되어 있었고 주민들은 아름답게 정원을 다듬어 마을과 길 자체가 예술 작품이 된다.
연간 나오시마 방문객이 50만 정도 된다고 하고, 혼무라지구에도 그만큼 온다고 생각하면 1인당 3만원씩만 소비해도 150억 정도의 수익이 발생하게 되는데, 3천여명의 나오시마 인구를 고려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숫자가 된다. 실제, 카가와현의 많은 지역 중에서 나오시마 지역민들의 인당 수입이 가장 높다고 한다. 
아파트와 상가만이 존재하는 국내 도시 개발 프로젝트도 서서히 재생에 초점을 맞추고 변화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다. 주변 상인들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했던 '서울로 7017', 소프트 역량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마을의 특성만 고려했던 '창신동 봉제 골목', 이권만을 바라보고 제대로 된 홍보도 못하고 있는 '돈의문 박물관' 프로젝트까지 많은 재생 사업들이 투자만 이루어지고 성과는 요원해지고 있다. 구라시키나 나오시마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 재생에 있어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지점은 '이 곳이 얼마나 활기차질까?'가 아니라 '이 곳의 사람들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가  되어야 한다.
  • 아이스나오

    831 (Sonota), Naoshima-chō, Kagawa-gun, Kagawa-ken 761-3110 일본

굳이 여행 가서 채식할 필요는..
나오시마에서 유명한 햄버거 가게 '마이마이'를 가고 싶었으나, 어쩐 일인지 휴일이지도 않은데 문을 닫았다. 배는 고픈데 한 무리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아이스나오에서 나온다. 맛은 어떠냐고 하니, '나쁘지 않다'라고 해서 급히 트립어드바이저 리뷰를 보고 들어갔다. 사진의 주먹밥과 미소된장이 모두. 간도 강하지 않아 밍숭밍숭 하지 않은게 정말 '건강에만 좋을' 듯한 맛. 한 외국인 여자분이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휴대폰으로 아이스나오를 검색하는 듯 했다. "The restaurants for vegetarians" 라고 하니, "Okay, Thanks"하고 자기 갈 길을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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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이 몸에 좋다는 의견이 많지만, 과도한 육식과 탄수화물 섭취가 문제이지 잡식성으로 진화된 인간에게 육식도 요구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있으니, 필요 이상의 죄책감이나 건강염려는 살짝 접어두어도 좋지 않을까.
  • 지중 미술관

    3449-1, Naoshima, Kagawa District, Kagawa 761-3110, Japan

과도한 도시화에 대한 레지스탕스!
후쿠다케 소이치로 베네세 그룹 회장은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제목과 같이 정의하며, 일본을 망치고 있는 것은 도쿄라고 주장한다. 기업 활동의 목적은 문화이며 경제는 문화에 종속된다고 믿고 있다고 하는데, 단순한 수사는 아닌지 의심스럽긴 하다. 
구리 제련소가 떠나면서 황폐해진 나오시마에 후쿠다케 회장(소이치로의 아버지)은 자연을 복원시키고 예술문화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언뜻 듣기에도 과연 가능한 프로젝트일까 싶지만, 그는 스티브잡스적인 통찰이 있었는지, 프리츠커 수상자인 스타 건축 안도다다오에 이 일을 맡긴다(시작 당시에는 프리츠커 수상자는 아니었다). 
호텔을 겸하고 있는 베네세하우스를 시작으로 안도다다오가 종종 존경을 말하는 이우환의 작품을 전시하는 이우환 미술관, 그리고 후쿠다케 회장이 좋아한다는 클라우드 모네의 작품을 중심으로,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전시한 지중미술관이 차례로 건립되는데, 독특한 건물 형태 때문에 지중미술관이 가장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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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미술관 전경. 출처: 베네세뮤지엄 홈페이지>
다시 살아나고 있는 나오시마의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미술관을 지하에 건설하고 상단에는 형태만 남겼다고 하는데, 위 홈페이지의 모습은 하늘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고, 나오시마 자체가 경관이 아주 빼어난 곳은 아니므로 납득이 충분하진 않다. 그리고 그 크기에 비해 전시 작품 수는 모네의 5작품을 비롯 10개 남짓으로 예술품 관람의 목적으로 방문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지중미술관의 가치는 건물의 형태나 미술작품 자체의 가치보다는, 미술과 건축의 상호 존중에 있다고 보는게 바람직하다. 안도 다다오는 입구를 '수련'의 빛을 떠 올릴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으며, 작품 자체도 인공 조명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 채광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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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드 마리아와 제임스 터렐은 미술관 설계시부터 아예 방문하여 그들의 작품 전시 방법에 대해 상의할 정도였다고 하니, 지중 미술관의 경우 미술관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안도다다오도 반신반의하며 나오시마의 일을 시작했지만, 다시 한번 그에게 큰 명성을 안겨다주며 나오시마에는 안도다다오 박물관도 건립된다. 
* 국내에서도 안도 다다오의 건물들을 만날 수 있는데, 제주도의 본태 박물관은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 나오시마 미야노우라 항

    Japan, 〒761-3110 Kagawa, Kagawa District, Naoshima, 宮ノ浦2249-40

나오시마의 호박
나오시마에는 익히 알려진 대로 현대 미술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가 디자인한 두 개의 호박이 있다. 미야노무라 항의 빨간 호박과 베네세 하우스 근처의 노란 호박. 하필 왜 여기에 호박이 있을까? 후쿠다케 소이치로 베네세 그룹 회장은 이는 순전히 '우연'이라고 말한다. 
 "1994년 섬에서 열린 전시에 호박 작품이 처음 선보였죠. 그땐 참 이상하다 싶었는데, 바닷가에 놓인 호박을 보고 있자니 예술은 그것이 놓여지는 장소에 따라 감동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걸 깨닫게 됐지요."
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위한 미술관을 기획했듯, 후쿠다케 회장은 예술품이 위치한 장소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은 인물이었다. 관광객들이 다카마쓰행 배를 타기 위해 미야노무라항으로 몰려왔을 때, 석양과 바다와 조화되는 빨간 호박은 그 장소성에 관한한 '우연'이 아니라면, 탁월한 식견이라 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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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본태 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는 노란 호박 관련, 쿠사마 야요이의 땡땡이와 호박에 관한 집착은 이렇다.
"어느 날 테이블 위에 빨간 물방울 무늬로 수놓인 식탁보를 보았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천장으로 향했고 온 사방이 빨간 물방울 형태들로 번져갔다. 방안 가득, 나의 온 몸, 온 우주까지 빨간 물방울로 가득해진 것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나에게 삶을 영속시키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린다는 것은 나 자신을 파괴하는 어떤 열기이기도 했다”
"호박은 애교가 있고 굉장히 야성적이며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끝없이 사로잡는다.나, 호박 너무 좋아호박은 나에게는 어린시절부터 마음의 고향으로서 무한대의 정신성을 지니고 세계 속 인류들의 평화와 인간찬미에 기여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호박은 나에게는 마음속의 시적인 평화를 가져다준다.호박은 말을 걸어준다.호박, 호박, 호박내 마음의 신성한 모습으로 세계의 전 인류가 살고있는 생에 대한 환희의 근원인 것이다. 호박 때문에 나는 살아내는 것이다."
강박과 편집을 벗어나기 위해 예술을 시작했다는 쿠사마 야요이. 산업화와 도시화에 대한 강박을 떨쳐버린 나오시마만큼 그의 호박이 어울리는 장소성도 흔하진 않을 것이다.
  • 다카마쓰 항

    8 Sunport, Takamatsu, Kagawa 760-0019, Japan

  • 요떼야

    일본 〒760-0045 Kagawa-ken, Takamatsu-shi, Furubabachō, 7−16 よって屋

활기 차고 맛 좋은 이자카야
일본식 술집은 크게 세가지로 구별된다. 서서 먹는 타치노미야, 앉아서 먹는 이자카야, 그리고 옆에서 구워주고 요리해주는 로바다야끼. 이자카야를 선술집이라고 많이 이야기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타치노미야가 선술집(서서 술 먹는 집)이라고 할 수 있다. 
겉은 포장마차지만 안에 들어가서는 앉아서 마시는 이자카야인 욧테야는 가뜩이나 인기 많은데 국내에서 배틀트립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정작 도착해서는 한국말을 들을 순 없었고 운 좋게 만석 직전이어서 일본인 커플(?)과 합석했다. (일본어 못해서 걱정 많이 했지만 신경 안쓰고 각자 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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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포장마차, 앞의 두 외국인은 우리가 먹고 나오면서 엄지척 해줬더니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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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중심가이고 시간이 시간이다보니 양복 입은 직장인(아직도 일본은 업무복 자율화가 요원한듯)들이 많다. 함께 앉은 사람들의 나이대가 엄청 다양하지만, 크게 웃고 즐기는 것이 서로 격이 없어보였다(부장님이 엄청 재밌는 분이거나, 부하직원들이 눈치 백단이거나). 사실, 일본 어느 술집에 가나 흔한 광경으로 나이에 대한 위계는 크지 않은 듯 느껴진다. 우리만큼 직장 생활에서 연공서열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많이 변화되는 중으로 조금만 친해지면 성 없이 이름만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에서처럼 성과 함께 부르거나 성에 '~상' 이렇게 부르면 오타쿠로 간주되기 십상이라고.. 언어 자체에서도 '친구'가 흔히 동갑내기를 일컫는 반면에 '도모다찌'는 나이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호네츠키도리(닭다리 구이)와 치맥하는 것이 다카마츠 포장마차의 흔한 모습이지만, 닭을 못 먹어서 이것 저것 시켜서 먹었다. 군만두를 시작으로 감자구이, 야끼 소바, 라면 등을 안주로 맥주 산토리 하이볼 몇 잔을 마셨는데, 그 흔한 안주들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다. 활기차고 떠들석한 분위기에서 맛 좋은 안주를 아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 일본식 포장마차에서는 각 지역 특산물 요리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철 음식이어서 메뉴판에서 확인하기 어려운데, 위 사진에서처럼 붙여 놓거나 칠판에 써 있는 경우가 있다. 일본어를 잘 몰라서 인근 쇼도시마의 올리브로 만든 요리와 제철인 방어 요리를 못하고 온 것이 아쉽다.  
  • 다이와 로이넷 호텔 다카마추

    8-23, Marugame-machi

  • 리쓰린 공원

    1丁目-20-16 栗林町 Takamatsu, Kagawa 760-0073, Japan

시코쿠의 유일한 별 세개 미슐랭 그린가이드
미슐랭 가이드라고 하면 대개 맛있고 분위기 좋거나, 가성비 훌륭한 맛집(빕구르망)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에 대한 발간 책자가 미슐랭 레드가이드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각 국가의 이름난 경치나 문화재에도 등급을 매긴 것이 미슐랭 그린 가이드라고 한다. 레드 가이드와 마찬가지로 별 세개(Highly Recommended), 별 두개(Recommended), 별 하나(Interesting)으로 구별된다. 리쓰린 공원이 별 세개라고 하는데, 교토의 료안지나 금각사, 청수사 등의 수준을 떠올리면 되고, 국내에서는 창덕궁, 경복궁, 창덕궁 후원, 수원 화성 등이 별 세개 문화재다. 
단, 시코쿠의 유일한 별 세개 명승지이긴 하지만, 바다 건너 오카야마의 고라쿠엔도 별 세개 그린가이드에 포함되어 있다. (구라시키는 별 두개). 리쓰린 공원은 일본 정부에서 지정한 시코쿠의 유일한 국가명승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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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장 씩은 찍어 보는 리쓰린 공원 뷰>
리쓰린 공원은 1600년대 다카마쓰 번주인 마쓰다이라 요리시게부터 5대 동안 만들어진다. 연못을 파고 중앙에 얕은 산을 모사한 회유 정원(이케이즈미, 池泉庭園, 정원의 형태는 2일차 고라쿠엔 참조)으로, 연못 가운데는 전통 찻집 기쿠게츠데이가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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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가운데 작은 산을 만들고 다원에서 작은 자연을 바라보게 만든 이케이즈미 양식의 정원>
전통적인 남쪽 호수 주변의 이케이즈미 양식과 함께, 근대적인 북쪽 정원이 존재하는데, 아무래도 전통적 양식쪽이 일본 정원을 즐기기엔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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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호에서의 정원 뷰가 가장 유명하지만, 리쓰린의 하이라이트는 옛사람들이 즐겼을 기쿠게츠데이에서 바라본 정원이 아닐까 한다. 다가 가기보다는 바라보는 정도로 머무를 수 밖에 없지만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정원에 다가갈 수 있는 곳이다.  
* 기쿠게츠데이에서 차를 팔고 있지만 특정 공간에서만 마실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다. 차는 괜찮은 편이지만, 위의 경치를 바라보려면 꼭 차를 구입할 필요 없이 안쪽 깊숙이 들어가 자리 잡으면 된다.
  • 테우치 주단 우동 바카이치다이

    일본 〒760-0063 Kagawa-ken, Takamatsu-shi, Tagachō, 1 Chome−6−7 うどんバカー代

어릴 때 먹던 그 맛
재미있는 이름의 우동집이다. 바보 일대(バカ一代)라니. 이를테면 '우동 밖에 모르는 바보' 이런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2004년에 개업하여 역사는 오래지 않았지만, 다카마쓰 중심가에서 그리 멀지 않아 접근성이 좋은 데다가 다른 곳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가마버터' 우동이 주력 메뉴여서 항상 인기가 많다. 아래 사진에서와 같이 젊은 층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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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대기가 있다. 회전율이 높아 못 견딜 수준은 아니다.>
홈페이지에는 면의 '탄력(쫄깃함)'만을 강조하진 않는다고, 입에서 머물 때의 식감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수타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아울러 우동에 사용된 가루는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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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은 매우 간단하다. 탄력 있는 면발에 국물을 거의 없애고, 버터 이외의 토핑을 각자가 입맛에 맞게(대체로 파와 깨를 요청) 주문한다. 앞에 놓인 날계란을 터뜨려 같이 넣고, 각자의 간에 맞게 쯔유를 부어 비벼 먹게 된다. 척 봐도 예상 가능한데  어릴 때 엄마가 해 주던 간장 계란밥을 생각하면 딱 그 맛이다. 상당히 고소하지만, 계란과 버터 때문인지 (수타) 면의 식감을 온전히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흡입 수준으로 빠르게 먹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좀 더 여유를 가졌으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아내와 일치했다.
* 도대체 다카마쓰 우동집의 튀김은 무슨 비결이길래 다 식었어도 맛을 유지하는지.. 어느 우동집에서도 실패하지 않는다.
  • 다카마쓰 공항

    1312-7 Konanchooka, Takamatsu, Kagawa 761-1401, Japan

지방 소도시 작은 공항
청주 공항 정도 생각하면 될듯
  • 인천국제공항

    인천광역시 중구 공항로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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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깜빡한 우리형1

기가 막힐 정도의 입체적인 필력에 경의를 보냅니다. 다카마쓰 는 소중한 추억의 도시입니다.

BESbswy